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돈 선거 근절,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
<기고>
 
서부신문 기사입력  2020/09/16 [09:49]
서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 구선미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는 BAE시스템의 뇌물스캔들이 불거졌다. 영국 최대 방산업체인 B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장비 수출 계약을 위해 왕실 비밀계좌로 10억 파운드가 넘는 거액의 뇌물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거대한 방산비리 스캔들을 계기로 영국은 2011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으로 평가되고 있는 ‘뇌물법(Bribery Act 2010)’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이 법은 공공기관과 모든 상장·비상장 기업이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줬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으며 기업이 뇌물 수수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뇌물법의 시행은 사회전반에 ‘비리는 절대 안된다’는 반부패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영국은 국방 반부패지수(Government Defence Anti-Corruption Index)에서 2015년 A등급에 해당하는 단 2개 국가(영국, 뉴질랜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민주선거로서 제헌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에게는 민주적 선거제도가 익숙지 않았다. 누구를 찍을지 몰라 하던 유권자들에게 정치인들은 ‘뇌물’을 주기 시작하였고 선거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유권자들은 별생각 없이 뇌물을 준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었다.
1950-60년대 농촌에서는 장터에 나온 농민들에게 막걸리 한잔, 고무신 한 짝을 주며 투표를 읍소하던 풍경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었다. 이른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로 상징되는 돈 선거가 만연하였다.
이런 돈 선거의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구민 등에게 무상으로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제공 의사표시 포함)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정치인의 기부행위에 대해 상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받은 사람 역시 제공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최고 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러한 강력한 법적 규제, 이에 대한 계도·홍보활동 등은 기부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그 동안 관행 또는 정(情)이라는 이름하에 공공연히 이뤄졌던 정치인들의 기부행위들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듯 강력한 제도는 사회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개선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다만, 구성원들이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채 당장의 불이익을 피하기에만 급급한 경우에는 변칙적 양태만을 양산할 수 있다.
즉, 제도가 사회적 문제해결에 시발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종착점은 될 수 없으며 제도의 완성은 결국 그 제도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공감대와 준수의지에 의해 가능하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력한 제도 못지않게 돈이나 이권이 아닌 정견과 정책을 통해 후보자를 선택하고,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려는 정치인들을 배척하려는 유권자 스스로의 자생노력이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20/09/16 [09:49]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