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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두근거림
이여경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19/12/31 [10:24]

 

 

 

한방에서는 예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래며 마음이 불안한 증후를 가리켜 경계정충이라 하였다. 가슴이 뛰는 증상을 서양의학에서는 심계항진(心悸亢進, palpitation)이라 하며 심계항진이 나타나는 원인은 부정맥이나 심장병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심성과, 불안감, 빈혈, 갑상선중독증, 저혈당 등과 같이 심장 이외의 문제로 발생되는 심외성으로 분류된다. 이 중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나타나는 경계정충은 심외성의 불안감으로 인한 심계항진으로, 공포증, 범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이와 유사한 병증이다.

경계와 정충은 서로 비슷하지만 구별점이 있다. 경계는 정신적 자극이나 육체적 과로에 의해 유발되며 증상이 간헐적이고 증상이 생기지 않을 때는 정상인과 같으며 병의 경과가 비교적 가벼운 데 비해, 정충은 하루 종일 증상이 계속되고 과로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병의 경과가 비교적 중()하다. 경계가 오래되면 정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경계의 발병은 크게 놀란 계기가 있어 생기기도 하고, 별다른 계기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에서는 허로(虛勞)하여 혈맥(血脈)을 손상시켜 심기(心氣)가 부족한데다가 사기(邪氣)가 승()하면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정되지 않는다.(虛勞損傷血脈, 致令心氣不足, 因爲邪氣所乘, 則使驚而悸動不定.)”고 말한 한편,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는 경계(驚悸)는 어떤 일로 인하여 크게 놀란 적이 있어... 두근거리는 것으로 이름하여 심경담한(心驚膽寒; 가슴이 놀라고 담이 서늘함)이라 한다.(驚悸, 則因事有所大驚, ...遂使驚悸, 名曰心驚膽寒.)”라고 서술한 내용이 그것이다. 정충은 의학정전(醫學正傳)에서는 무서워하면서 가슴이 뛰어 안정을 찾지 못하는데, 아무 때나 가슴이 뛴다라고 밝히고 있다.

치료 시에는 환자 각각에 맞는 변증(辨證)에 따라 감별하여 침과 탕약을 위주로 한다. 심담허겁(心膽虛怯)증에는 익기양심(益氣養心)하는 온담탕(溫膽湯) 계열의 처방을, 심비양허(心脾兩虛)증에는 건비양심(健脾養心)하는 귀비탕(歸脾湯) 계열의 처방을, 담탁조체(痰濁阻滯)증에는 이기화담(理氣化痰)하는 도담탕가미(導痰湯加味) 계열의 처방을, 혈맥어체(血脈瘀滯)증에는 활혈화담(活血化痰)하는 혈부축어탕가감(血府逐於湯加減) 계열의 처방을 주로 한다. 자침 시에는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의 혈자리를 위주로 취혈한다.

본병의 증상 특징은 허실상겸(虛實相兼)으로 허증(虛症)이 주()가 되므로 병정에는 허실의 변화가 주()가 되고 관건은 정기(正氣)의 허증, 즉 장부기혈음양(臟腑氣血陰陽)의 허손 정도이다. 경계정충의 발병 초기에는 장부의 허손(虛損)이 주로 심(), ()을 위주로 나타나고 외부자극으로 인하여 발생되므로 치료는 심()을 안정되게 하고(寧心安心) 외부자극을 피하면 증상이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병이 발전하여 다른 정부의 기능까지 실조되면 단기간으로 치료되기는 어렵게 되고, 장부 간의 상호 영향으로 장부의 허손이 더욱 가중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경계, 정충의 증후는 장부허손의 정도와 표증(表證)의 치료가 얼마나 적당한가에 달려 있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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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31 [10:24]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