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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관하여
송금주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19/03/21 [11:54]


 

화병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으로서, 우울감, 식욕 저하, 불면 등의 우울 증상 외에도, 호흡 곤란이나 심계항진, 몸 전체의 통증 또는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환자가 자신의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고, 그 억압된 분노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화병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민간에서 사용되는 병명이다. 화(火)는 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분노를 의미하기도 한다. 분노는 우울, 불안, 기쁨, 죄책감, 혐오 같은 중요한 인간 감정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어, 화 또는 분노에 관련된 정신과적 증후군은 임상적으로 또는 진단적으로 흥미 있는 연구 대상이다. 화병은 현대 서구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심인성(psychogenic) 질병 내지 신경증적(neurotic disorder) 또는 반응성 장애(reactive disorder)와 유사한 면이 있다.
화병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과 증상의 청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발병 이전의 생활사나 스트레스 요인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이것이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또 이로 인해 현재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떠한지를 파악해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진단하게 된다. 참고로 현재 정신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단 체계(DSM-IV)에서는 화병을 문화 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의 하나로서 정의하고 있다.
치료는 정신 치료나 약물 치료가 대중적이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정신 치료의 경우는 환자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대인관계, 성격 등의 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눈에 띄게 증상이 회복되기보다는 장기간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신 치료의 경우에도 그 치료법에 따라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문제가 다르며, 기법에 따라 면담 횟수나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약물 치료와 병행해서 시행할 수 있고,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환경적인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정신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뇌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시키는 약물들이 우선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 등에 작용하는 항우울제 역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환계 항우울제 등은 신체 증상에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편이다. 항우울제는 약물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에게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항우울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2, 3주 이상 걸릴 수도 있으며,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는데도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수개월 이상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등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취미 생활 역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 역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가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인관계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스스로가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 치료를 통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의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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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21 [11:54]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