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기자수첩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한민국’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기자수첩>
 
서부신문 기사입력  2017/09/06 [14:37]

한 개인에게 있어 일년 중 가장 의미가 있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도 세상에 태어난 날, ‘생일’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생일, 즉 ‘대한민국 건국일’은 언제일까 물어보면 고개가 약간 갸우뚱 해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고 규정하면서 건국일과 관련한 논쟁과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이 건국일이다’라는 주장과,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일이 건국일이다’라는 주장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인데, 어떤 날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건국일일까. 그런데 양측 주장의 근거를 들어보면, 양측 모두 수긍이 가는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게 더 우리를 슬프게 한다.
1919년 임정 수립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제강점기이지만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을 하고 상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만 대통령도 취임선서에서 '대한민국 30년'이란 연호를 사용했고, 1948년 9월 1일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제1호도 발행연도 표기를 '대한민국 30년'으로 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1948년 정부 수립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영토, 국민, 주권)가 충족된 때야말로 진정한 건국일이 될 수 있고, 임시정부는 국제사회에서도 대표성 있는 정부로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도 1948년 건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생일이 언제냐’ 하고 물으면 ‘언제 무슨 날이다’고 지극히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 등 치욕과 아픔의 역사 속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심한 이념적 갈등을 겪으며 제 나라의 생일도 딱히 언제다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이 맞다’고 하면 ‘북한을 의식한 좌파진영의 논리’라고 비난하고, ‘아니다. 1948년이 맞다’고 하면 ‘역사를 망각하려는 친일적 사고’라고 맞받아친다. 제 나라의 생일을 놓고도 종북좌파와 친일우파라며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학계나 교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역사관 및 성향에 따라 어떤 학생에게는 나라의 생일이 4월 13일이고, 또 어떤 학생에게는 8월 15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어떤 이들은, ‘건국’이라는 말은 이전의 역사와는 별개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니 함부로 써서는 안되고 ‘개국’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도 하니,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한 생일을 가진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   이용익 기자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17/09/06 [14:37]  최종편집: ⓒ seobunews.co.kr